“취준생은 웁니다”…치솟는 물가에 시험 응시료마저 줄줄이 오르네

중국어능력평가?IELTS 등도 잇따라 올라
고물가 여파에 취준생 부담 가중

토익(TOEIC) 4만8000원,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 7만7000원, 한국사능력시험 2만2000원, 컴퓨터활용능력시험 4만1500원(필기·실기). 

이런 부담 때문에 취준생들 사이에선  ‘무전무업(無錢無業)’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입니다. ‘돈이 없으면 취업도 할 수 없다’는 뜻인데요. 그만큼 취업 필수 스펙 쌓기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자조적 표현이겠지요. 

그런데 무전무업이라는 말이 취준생들에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 가는 것 같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취업 필수 스펙으로 꼽히는 어학 시험 응시료마저 줄줄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비에 전기, 수도세도 오르면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 가벼운 취준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취준생들은 2022년 7월 2일 치러지는 토익 스피킹 시험부터 8만4000원의 응시료를 내야 합니다. 기존 토익 스피킹 시험 응시료는 7만7000원이었는데 7000원이 오른 겁니다. 토익 스피킹 응시료가 오른 건 10년 만입니다. 

토익 스피킹 응시료만 오른 게 아닙니다. 중국어능력평가시험인 HSK 응시료도 2022년 3월부터 급수에 따라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만2000원이 올랐습니다. 해외취업을 위해 보는 시험인 IELTS 역시  4월부터 일반 기준 26만8000원에서 27만3000원으로 5000원 인상됐습니다.

한국토익위원회, HSK한국사무국 등 어학시험 주관기구들은 물가 상승과 시험 관리 비용의 증가로 응시료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토익위원회 측은 “2012년 이후 10년간 동일하게 적용해 왔으나, 그동안의 물가 상승과 지속적인 시험 관련 제반 비용의 증가 때문에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취준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피킹 시험들은 안 그래도 비쌌는데 또 올랐다’ ‘돈은 없는데 시험을 안 볼 수도 없고 답답하다’ ‘스펙도 인플레이션이라더니, 응시료도 인플레이션’과 같은 불만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2021년에 토익과 컴퓨터활용능력시험 응시료가 올랐는데 이번 인상으로 취준생들의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2021년 5월 토익 응시료는 4만5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7.8% 인상됐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시험 필기시험 응시료도 1만78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6.7%, 실기 응시료는 2만1000원에서 2만2500원으로 7.1% 올랐습니다. 

취준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여러 번 시험에 응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부로 느끼는 시험료 인상 부담은 이보다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성적 인정 기간이 지나면 조회가 불가능해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죠. 그런데 이 시험들의 공인성적 인정 기간은 통상 2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시험 응시를 위해 들어가는 학원비, 교재비, 차비, 식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물가에 이 비용들도 크게 오르고 있죠. 

가장 부담스러운 건 식비입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외식 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7.4% 올랐습니다. 인기 점심 메뉴인 짜장면은 10.4%, 김밥은 9.7%, 돈까스는 8.1%가 올랐습니다. 자취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경우 가스와 전기 요금 인상도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취준생들은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토익이나 자격증 교재를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중고거래를 하고, 학원에 다니는 대신 유튜브 등으로 독학하는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블로그·유튜브 등에선 이런 독학법과 생활 절약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 팍팍한 취준생을 위해 취업 필수 시험 응시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는데요. 이 제도를 활용하면 고물가 시대에 나날이 커지는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서울 광진구는 올해부터 미취업 청년에게 어학시험 응시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응시료 지원 대상인 어학시험은 2022년 실시되는 토익과 토익 스피킹, 오픽 등입니다. 미취업 청년들은 연 1회 응시료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단, 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신청일 기준 주민등록상 광진구에 거주 중이고, 중위소득 기준 120% 이하 가구에, 광진구 일자리센터에 구직등록을 신청해야 합니다.

경기도 과천시는 만 19~39세 청년 구직자에게 토익, 토익스피킹 응시료를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구직자 자격증 응시료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시도 토익, 토익 스피킹, JPT 응시료를 1인당 10만원까지 지원합니다. 경기도 김포시는 토익, 토익 스피킹 응시료를 1인당 연 2회까지 지원한다고 하네요. 또 경기도 안양시는 토익, 토플을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시험 중 한 과목에 한해 응시료를 연 1회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합니다.  

그러나 취준생 사이에선 “특정 지역만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지원되는 시험이나 자격, 횟수가 한정적이어서 아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거나 자격이 된다면 놓칠 수 없는 혜택인 만큼 취업을 위해 또 주머니 사정을 위해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