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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땐 ‘앗 뜨거’, 입주 땐 ‘썰렁’…행복주택에 무슨 일이

    입력 : 2022.06.17 06:00 | 수정 : 2022.06.17 10:40

    지하철역 바로 앞은 아니더라도 역과 가깝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오래된 낡은 집도 아닌 신축이라면. 집을 구하는데 필요한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니 마다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그런 곳이 있냐고? 정부가 임대주택으로 공급 중인 행복주택이 그렇다.
    이런 좋은 조건 때문에 ‘등장’할 때는 관심이 집중되는데, 막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엔 좀 달라진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SH공사가 공급하는 행복주택 힐스테이트관악뉴포레 조감도. /SH공사 제공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과 고령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소득과 모집단위 등에 따라 6~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도 주변 시세보다 60%에서 최대 80% 정도 낮다. 예컨대 주변 전셋값이 1억원 정도인 곳에 입주하는 행복주택은 운이 좋으면 2000만원에도 입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이 제도는 청약 때엔 경쟁률이 1400대 1을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막상 계약이 시작되면 인기가 조금 떨어진다. 계약을 포기하거나 기존에 있던 입주자가 나간 자리에 새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공가(空家)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2022년 4월 진행한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4차 공급결과’를 보면, 행복주택 계약률은 76.2%였다.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하지 않거나 기존 입주자가 퇴거하면서 생긴 빈집 등 21가구를 대상으로 세입자를 모집했는데 이중 16가구만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2021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1차 모집에서도 미계약 가구 114곳 중 47곳만이 계약이 성사됐다. 41.2%의 계약률이다.
    청약 신청 당시의 높은 경쟁률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의 경쟁률은 30대 1이었다. 457가구 모집에 1만3700여명이 몰렸었다. 2차 때도 181가구 모집에 9000명 이상이 청약을 신청하면서 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청약 경쟁률만 생각하면 미계약이 나와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그렇다면 왜 시세보다 싸면서 깨끗하기까지 한 새 주택이 막상 다 짓고나면 인기가 사라질까. 일각에서는 행복주택이 제공하는 주택의 면적이 좁은 데다 주변 시세보다 싸더라도 여전히 사회초년생이나 청년들이 부담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일부 행복주택은 오랜 기간 살기에 좁은 데다, 사회 초년생들이 마련하기 어려운 수준의 보증금을 부담해야 한다. (사진은 글 내용과 관계 없음). /픽사베이
    행복주택은 신혼부부형과 청년형이 있는데, 전용면적은 각각 36~40㎡, 26㎡ 수준이다. 평으로 환산하면 신혼부부형은 10~12평, 청년형은 8평이 채 되지 않는다. 혼자 또는 둘이 살아도 쾌적할 정도의 공간은 확보할 수 없는 셈이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늘어난다면 상황은 더 갑갑해진다. 그래서 항상 향후 계약 여부와는 별개로 넓은 면적인 경우에 경쟁률이 더 높았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시는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임대주택 평형대를 기존보다 1.5배 이상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전용 60㎡ 이상의 비율도 8%에서 3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 문제가 남는다. 행복주택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할 뿐이지, 보증금 자체가 싼 건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4차 모집에서 두 가구 중 한 가구도 계약을 성사하지 못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 루센티아의 보증금은 9313만원이었다. 월세는 32만6000원이었다. 2021년 14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26㎡짜리 잠실 행복주택의 보증금은 1억1700만원이었다. 월세는 37만원 수준이었다. 용산 센트럴파크 해리턴스퀘어 보증금은 2억4000만원이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집과 회사가 너무 멀어 행복주택을 알아봤는데,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사업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이 생각보다 비싼 데다, 대출을 받기도 부담이 돼 보증금이 싼 다른 집을 구했다”며 “보증금이 조금 낮아진다면 더 많은 이들이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이나 중소기업청년전세자금대출, 신혼부부전용전세자금대출 등 정부가 지원하는 3% 미만의 저렴한 대출 금리 상품을 이용해 부담을 더는 방법도 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B씨는 “잠실 외곽의 소형 주택을 임차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70만~80만원 정도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저리로 전세대출을 받고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30만~40만원을 넘지 않는 다면 행복주택을 택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의 말대로 저리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얼만큼의 이자를 부담해야 할까. 보증금 마련을 위해 1억원을 행복주택의 최장 거주 기간인 6년(아이가 있을 경우 10년 가능)간 빌린다고 가정해보자. 금리가 만약 연 2.5% 정도라면 원금을 제외한 대출 이자는 월 10만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경우에도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어 보증금의 전부를 대출로 해결해야 하는데, 대출 한도 때문에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주택보급 사업이라면 보증금을 조금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행복주택 조감도. 단지 바로 뒤편에 소각장이 있다. /LH 부산울산지역본부 홈페이지 캡처
    서울의 경우에는 그래도 좁은 평형, 보증금 등의 문제 정도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교통이 심하게 불편하거나 많은 이들이 꺼리는 시설과 가까운 곳에 행복주택을 지어 분양에 애를 먹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행복주택은 시내와 동떨어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택 뒤편으로 소각장이 있어 전체 284세대 가운데 남은 117세대 물량에 대해 입주자격을 완화 조건으로 세입자를 추가로 모집했다. 이 지역에서 2018년 첫 입주자를 모집했던 한 행복주택은 전체 856호 가운데 무려 637호가 미달되기도 했다. 이곳은 2차 공고에 입주자가 부족하자 선착순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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