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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없어도 할일은 프로답게…‘소울리스좌’, MZ세대 ‘일잘러'의 아이콘

    입력 : 2022.06.17 06:00 | 수정 : 2022.06.17 13:59

    “머리도, 물도, 옷도, 신발도, 양말까지 싹 다 젖습니다. 안 젖을 수 없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
    영혼 없는 눈빛, 타성에 젖은 걸음과 대비되는 속사포 멘트로 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을 안내하는 에버랜드 알바생의 영상이 화제입니다. 에버랜드가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티타남’에 올린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이라는 제목의 2분 30초짜리 영상인데요. 
    ‘소울리스좌’ 열풍을 불러온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 알바생의 영상. 2분30초 동안 탑승 안내 멘트를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영상은 두달 새 조회수 1900만회를 넘길 만큼 인기다. /유튜브 채널 ‘티타남’ 캡처
    이 영상은 최근 두 달 새 조회 수 1900만회를 넘긴 것도 모자라 ‘SNL코리아(쿠팡플레이)’, ‘코미디빅리그(tvN)’를 비롯해 TV, 유튜브, 인스타그램 가리지 않고 날마다 패러디 영상이 쏟아질 만큼 인기입니다.
    이 영상은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알바생의 중독성 있는 멘트와 현란한 춤 솜씨가 돋보이는데요. 무엇보다 반복 업무에 지친 듯한 알바생의 ‘영혼없음’이 인기 비결입니다. 영혼은 없지만 정확한 음정과 박자, 발음으로 안내 멘트를 하면서 눈은 쉬지 않고 탑승객을 체크하는 알바생의 모습에서 프로 정신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 때문에 이 알바생에겐 ‘소울리스좌’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OO좌’는 어떤 분야에 경지에 달한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영혼없음을 뜻하는 소울리스(Soulless)와 합쳐져 영혼 없이 일하지만 이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찬사이기도 하죠.
    소울리스좌라는 별명을 얻은 김한나씨는 영상의 인기에 힘입어 에버랜드 장미축제 홍보 영상도 찍었습니다. 그를 모델로 한 에버랜드 장미축제 광고 영상은 공개 열흘 만에 500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에버랜드의 광고 모델이었던 싸이, 화사 등도 이만한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하네요. 
    ‘소울리스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한나씨가 출연한 에버랜드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티타남’ 캡처
    '소울리스좌' 열풍에 힘입어 김씨는 지난 5월부터 에버랜드 홍보팀 캐스트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에버랜드 '티타남'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사실 에버랜드 캐스트들은 똑같은 안내 멘트를 방문객들에게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7분간 물에 젖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방수 덮개가 있어도 어떻게든 물에 젖기 때문에 캐스트들은 젖었다고 항의하는 고객이 생기지 않도록 ‘젖고 젖고 젖는다’는 주의 사항을 랩으로 만들어 반복하는 것이죠. 서비스직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효율적으로 해내는 근무자들의 재치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 안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소울리스좌의 속사포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합니다. 대기 고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흥을 돋우는 춤 실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온종일 중얼거리듯 가사를 외우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 내고, 퇴근 후 따로 연습실에 모여 춤을 갈고 닦기를 수개월. 그렇게 이른바 ‘영혼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기에 영혼 없이도 프로답게 일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김씨 영상 댓글에도 “영혼은 없을지언정 맡은 소임은 철저히 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열정적이지 않아 보여도 능숙하게 일을 해내는 통달의 경지”라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소울리스라는 업무 태도가 시간이나 노력 없이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영혼이 없다고 일을 대충대충 한다거나 성의 없게 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소울리스좌 김한나씨도 한 인터뷰에서 “영혼이 없다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열심히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하네요.
    소울리스좌의 영상은 2030 MZ세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큰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일에 영혼을 갈아 넣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할 일은 하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일을 잘 해내는 모습이 마치 자신이나 주변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입니다. “진정한 K-직장인의 텐션”이라며 열광하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김 씨의 모습이 고된 업무를 해내다 경지에 달한 직장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울리스좌는 MZ세대들의 일하는 방식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무심한 듯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고’ ‘영혼을 갈아 넣지도 않고 주인 의식도 없지만, 할 일은 하고’ ‘일도 놀이처럼 재밌게’하는 게 바로 MZ 세대의 업무 방식입니다. 효율적인 노동 에너지를 중시하는 2030 직장인 사이에서는 일에 과몰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소울리스좌 열풍을 통해 MZ세대들의 달라진 업무 방식과 가치관을 짐작해볼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가 생각하는 회사와 일의 의미, 일하는 방식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MZ세대에게 과거와 같이 ‘회사에 충성하라’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면 ‘주인(오너)’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냐고 되묻습니다. MZ세대에게 회사는 상호 필요에 따른 대등한 계약관계를 맺은 곳일 뿐입니다.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고 ‘오너’에게 직접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세대처럼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회사에 모든 걸 바치는 세대가 아니라는 겁니다. 
    MZ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상사의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칼퇴’ 문화는 이런 MZ 세대의 업무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이들은 업무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퇴근합니다. 그 시간 상사가 일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자신이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를 지향합니다. 다만 과거 세대들이 생존과 승진, 높은 급여를 위해 일잘러를 목표로 했다면 이들은 자아성취와 주체적인 사회생활, 나의 성장을 위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죠. 영혼은 없을지언정 본인이 해야 할 일은 프로답게 해내는 것이 바로 MZ세대의 일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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