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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50조 ‘통큰 지갑’, 어디서 열렸나…尹정부선? [5년 약속 팩트체크 ③]

    입력 : 2022.06.13 06:00 | 수정 : 2022.06.17 14:08

    ‘2026년까지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 중심으로 37조원 투자’ ‘5만명 고용 유발’
    롯데가 지난 5월말 발표한 향후 5년 경영 계획의 골자다. 그럴듯해 보인다. 신사업도 담겼고, 수십조 단위의 투자에 수만명의 고용이라니 좀 있어 보인다. 재계 서열 5위 기업의 시원한 투자 약속. ‘통 큰’ 마케팅의 원조 롯데의 투자는 얼마나 통이 큰 걸까?
    문재인 정부 2년차던 2018년 10월,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채용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를 풀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통 큰 ‘지갑’은 실제로 얼마나 열렸고, 또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얼마나 열릴까? 

    ◇구색은 갖췄는데…
    롯데가 5월 24일 밝힌 투자 계획은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37조원 가운데 41%를 신사업과 건설, 렌탈, 인프라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헬스앤웰니스(Health&Wellness) 부문에서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할 공장을 짓는 데 1조원을 투자한다.
    롯데렌탈은 전기차 24만대를 새로 도입한다. 전기차 도입에 들이는 돈만 8조원이다. 화학 사업군에서는 롯데케미칼이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 소재 사업에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친환경 재활용 제품 100만t(톤)도 생산한다.
    핵심 사업인 유통 사업군에는 8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롯데마트는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등 특화매장 확대에 1조원을 쓰고, 호텔 사업군은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리오프닝(reopening) 시대에 발맞춰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제공
    ◇파악 안 된 투자규모, 지키지 못한 고용 약속
    지난 정권에도 롯데는 비슷한 약속을 했다. 2018년 10월 5년간 국내외 사업에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시기에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 재계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롯데그룹의 투자∙채용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50조원 투자 계획도 어느 정도나 이뤄졌는지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회계 산출 기준이 달라 구체적인 투자 성과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이나 한화는 올해 5개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 2018년 밝힌 투자계획에 대한 성과를 공개했다. 삼성은 2018년 약속대로 지난 5년간 330조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한화는 국내외 22조원 투자계획을 초과 이행했다. 한화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총 22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롯데는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에 투자를 집중한다고 했다. 화학과 건설에 20조원을, 유통과 관광·서비스에 각각 1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사업에는 5조원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설비를 개선한다고 했다. 
    롯데의 투자 계획은 실현됐을까. 설령 50조원 투자 약속이 모두 지켜졌더라도 그룹 실적을 고려하면 ‘헛돈’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요 계열사 매출과 영업이익 변화를 보면 50조원 투자에 수긍할 만한 실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적이 나빠졌거나, 개선됐다 하더라도 수준이 미미하다.
    우선 롯데그룹에서 매출이 가장 큰 롯데케미칼의 2018년 사업계획서를 보면 그 해 롯데케미칼의 매출은 연결 기준 16조5450억원, 영업이익은 1조9673억원이었다. 직원 수는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3155명,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900만원이었다.
    2022년 상반기에 발표한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18조1204억원으로 2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5356억원으로, 4000억여원 줄었다. 다만 직원 수는 4644명으로 1500명가량 늘었다. 1인 평균 급여는 1억700만원으로 3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롯데마트의 와인 특화 매장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 /롯데마트 제공
    그룹에서 두 번째로 매출이 큰 롯데쇼핑은 어떨까.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품은 롯데쇼핑의 2018년 사업보고서(연결 기준)를 보면 매출은 17조8207억원, 영업이익은 5970억원이었다.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2만5083명이었다. 이들의 1인 평균 연 급여액은 4005만원. 백화점 남자 직원 2018명만 놓고 보면 1인 평균 연봉은 7418만원이었다.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 15조5735억원에 영업이익 2076억원으로, 2018년보다 줄었다. 2020년 초 터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였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재편했다. 3년 사이 롯데쇼핑의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2만1042명으로, 약 4000명 줄었다. 다만 1인 평균 급여액은 5093만원으로 1000만원가량 증가했다. 백화점사업부문 남자 직원 1718명의 연 평균 급여는 7646만원으로 약 200만원 올랐다.
    그룹 지주사면서 계열사 중 3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롯데지주의 2018년 실적은 매출 7조2711억원, 영업이익 984억원이었다. 직원 181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약 1억2500만원이었다. 3년 만에 매출은 9조9248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16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직원은 193명으로 12명 늘었는데, 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3800만원으로 올랐다. 
    주력 계열사뿐 아니라 롯데렌탈 등 롯데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계열사도 지난 3년간 직원 수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롯데그룹 상시 종업원 수는 2019년만 해도 9만1000명대였다. 2021년에는 약 8만4000명이었다. 7만명을 추가 고용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임직원 수는 줄었다.
    물론 전체 직원 수의 증감이 신규 채용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직이나 정년 퇴직 등의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입사 초기에 다른 길을 찾아 퇴사하는 직원도 여럿 되는 최근 동향도 고려돼야 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MZ세대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이 지나지 않아 사표를 낸다는 결과도 나왔다. 무엇보다 7만명가량 채용하겠다는 롯데의 계획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것도 불가피한 외부 변수였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에서 5년 투자 계획을 낼 땐 각 계열사의 투자 계획을 취합해 발표하지만, 그 후 실제 얼마나 투자가 이뤄졌는지는 계열사마다 회계 기준이 달라 정확하게 투자액을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다만 2018년 이후 사드 이슈와 코로나19 사태로 고용뿐 아니라 투자계획 등에 변화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껌으로 시작해 재계 5위 그룹으로 올라선 롯데의 창업자 고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 제공
    ◇“5년간 5만명 고용 효과 있을 것”
    롯데는 지난 5월 앞으로 5년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롯데지주 관계자는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1년에 1만명씩 5년간 총 5만명가량의 인재 고용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유통과 호텔 등 고용 수요가 높은 분야의 채용이 활발할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롯데그룹 산하 상시 종업원 수는 8만3689명이다. 앞으로 5년간 5만명을 뽑는다면 전체 고용 대비 신규 채용 비중이 절반이 넘는 59.7%에 달한다.

    ◇덩치 비해 낮은 회사 몸값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가 아직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롯데그룹 산하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총계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보다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시총이 35~8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롯데그룹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롯데케미칼의 시총 순위는 50위권이다. 그 다음은 롯데지주인데, 80위권에 머무른다. 롯데쇼핑은 100위권 밖이다. 편의점 체인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이나 신세계의 이마트, 호텔신라보다 시가총액이 낮다. 재계 5위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 치고는 ‘몸값’이 낮다는 시장의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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