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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때 일찍 귀가했다고 연차 삭감을···" 직장 갑질 백태

    입력 : 2022.05.13 06:00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9년 7월16일 시행됐습니다. 오는 7월이면 시행 3주년을 맞는데요, 일터에서는 여전히 상사의 갑질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 23.5%가 모욕이나 명예훼손, 부당 지시, 따돌림이나 차별 등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 9월 같은 조사에서는 괴롭힘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이 36%였습니다. 약 13%포인트 줄어들긴 했지만, 10명 중 2명 이상은 여전히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SBS Drama 유튜브 캡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자 가운데 31.5%는 괴롭힘이 심각했다고 답했습니다. 7.4%는 자해 같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갑질이나 괴롭힘 정도는 피해자가 비정규직이거나 급여를 적게 받을수록 심했습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고백한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사장 마음대로 연차 빼앗고, 수당도 안 줘
    갑질 가해자는 대부분 상급자였습니다.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9.8%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은 대표나 임원 등 사용자(27.7%), 비슷한 직급의 동료(21.3%) 순이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가해자 가운데 사용자 비율이 40%로 가장 높았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의 터전인 회사에선 어떤 갑질과 괴롭힘 등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직장갑질119가 2022년 1~4월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보면 직장인 A씨는 회식 날 집에 일찍 갔다는 이유로 연차를 차감당했다고 합니다. 보통 회식 자리가 근무시간이 끝난 뒤 저녁 시간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초과근무수당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연차휴가까지 깎인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A씨는 사장과 사장의 아내, 사장의 아들과 딸도 함께 일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대체공휴일에도 출근을 강요당해 사무실에 나갔지만 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A씨는 “도저히 갑질을 견디기 힘들어 퇴사하고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 했지만, 사장 아내와 자녀를 빼면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신고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뿐 아니죠.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와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근로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주52시간이 넘는 근로를 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최저시급 이상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죠.
    5인 미만 사업장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다양한 갑질이나 괴롭힘 피해도 나타납니다. 사용자가 “신고할 테면 해보라”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거죠. 고용노동부 측은 “괴롭힘 사실을 지방노동청에 신고할 수는 있지만, 사장에게 상담 지도를 하는 수준이 전부라 법적 접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민 한진 사장. /KBS News 유튜브 캡처
    ◇물 담긴 컵 얼굴에 뿌리고 용돈 상납도
    B씨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직장인입니다. B씨는 “기관 이사장의 딸이 국장인데,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이사장실로 불러 욕을 하고 그만두라고 압박한다”고 제보했습니다. 컵에 담긴 물이나 신발을 직원을 향해 뿌리거나 던지고, 명절마다 직원에게 ‘용돈’ 상납도 요구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는 C씨는 본업 외에도 사장 자녀들의 비서 역할까지 맡고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사장 딸의 외국어 숙제를 대신 해주고, 아들의 학원 숙제도 C씨의 몫입니다. 딸의 여권도 C씨가 대신 발급해줬다고 합니다. C씨는 “사장한테 문제를 제기했더니 오히려 ‘그 정도도 못하느냐’, ‘하기 싫으면 회사 그만두라’는 말이 돌아오더라”라고 말했습니다. C씨를 포함한 회사 직원이 4명이라, 사장 말처럼 C씨에게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피해자 2명 중 1명은 ‘신고 취하’
    상식 밖의 황당한 갑질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이 ‘그런 회사에 왜 다니느냐’, ‘그냥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부 사용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등 직원이 회사를 나가기 아쉬운 상황을 이용해 갑질을 이어갑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홈페이지 캡처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장기 근속할 수 있게 청년, 기업과 정부가 2년간 공동으로 적립해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청년이 2년간 매월 12만5000원씩 총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취업지원금으로 600만원을,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300만원을 공동 적립합니다. 청년은 2년 후 만기공제금으로 1200만원에 이자를 받죠.
    청년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요, 문제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협박 수단으로 쓰는 사용자들이 있다는 겁니다. 갑질 피해를 호소해도 사장이 ‘싫으면 그만두고 나가라’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 피해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를 더 다닐 수밖에 없고, 괴롭힘 정도가 심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직원도 나올 수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거나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가운데 절반은 신고를 취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 2021년 10월 13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접수한 신고 1만2997건 가운데 43.5%가 취하됐다고 합니다. 폭언이나 욕설을 듣는다 해도 그 순간 가해자의 발언을 녹음하기란 쉽지 않고, 녹취를 바탕으로 신고해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경고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2019년 7월 16일부터 2021년 10월 13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가운데 개선 지도가 이뤄진 사건은 2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 송치로 이어진 사건은 1.2%였습니다. 신고를 취하하지 않아도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갑질 멈추려면 근로기준법 손봐야
    노동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손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갑질이나 괴롭힘 피해를 입어도 노동청에 신고해 사용자를 처벌하기 힘듭니다. 5인 이상이라도 사장 친인척이 정식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가해자를 처벌하기 쉽지 않습니다.
    가해자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과태료만 납부하는 것으로 사건을 끝내면 ‘그냥 과태료를 내고 만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2022년, 과연 비상식적인 갑질 피해는 언제까지 되풀이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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