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 폭언·추행은 일상… “이 일 계속해야 할까요?”

2022년 2월 23일 인천지방법원 제13형사부에서 40대 남성 A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A씨는 강제추행·강제추행 미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장에 섰는데요, 그는 2021년 6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스마트폰 가사 도우미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여성 가사 도우미 10명을 자신의 주거지로 불렀습니다. 

A씨는 집으로 찾아온 도우미를 강제로 추행하거나 추행하려 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 중 하나인 수면제 졸피뎀을 피해자의 커피나 음료에 타 마시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항소3부에서 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B씨의 항소심이 열렸습니다. 20대 여성 B씨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60대 가사 도우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했지만, ‘일당을 줘야 나가겠다, 차비 정도는 달라’는 말에 화가 나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B씨는 60대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배를 차는 등 피해자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화장품과 드라이기 등이 들어있던 피해자의 가방을 창문 밖으로 던지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B씨는 과거에도 다른 가사 도우미를 때려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B씨에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생멸(生滅)이 있는 별처럼, 직업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기거나 사라집니다. 귀천이 없는 직업이라지만, 재직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직업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보수가 높고, 근무환경이 좋을수록 재직자들의 만족도가 높겠죠. 그 반대의 경우라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겠고요.

한국고용정보원이 3월 24일 ‘2020 한국의 직업정보(2020 KNOW 연구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고용정보원은 2001년부터 직업별 만족도·근무시간·업무환경·업무수행능력·직업전망 등에 대해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해왔습니다. 537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2020 한국의 직업정보에는 직업과 관련 업무수행능력·가치관·임금·일자리 전망 등의 자료가 담겼습니다. 

고용정보원은 사회적 평판·고용안정·발전 가능성·근무조건·전반적 직무 만족·급여 만족 등 8개 문항을 합산해 직업 만족도를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재직자 만족도가 낮은 직업은 무엇인지 잡스엔이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직자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은 가사 도우미였습니다. 가사 도우미는 주부를 대신해 집안 청소·요리·세탁·다림질 등 가사 노동을 대신하는 사람입니다. 고용주 거주지의 거실이나 화장실을 청소하고, 요청에 따라 가사뿐 아니라 자녀를 돌봐주거나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에서 이정은·장혜진 배우가 극중 동익(이선균)과 연교(조여정) 부부의 가사 도우미 역할을 맡았죠.

가사 도우미는 보통 지인이나 민간 사설파견업체의 소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합니다. YWCA나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여성단체를 통해 근무지를 찾기도 하죠. 가사 도우미를 하기 위해 따야 할 자격증이나 거쳐야 하는 직업훈련 과정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체력 소모가 많아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직업 특성상 성실함과 책임감도 필요하죠.

가사 도우미의 직업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뭘까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를 보면 낮은 임금을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고용정보원 보고서를 보면 가사 도우미의 연 평균 수입은 2053만원으로, 평균소득이 5번째로 낮은 직업입니다. 연극 및 뮤지컬배우(1474만원)의 평균소득이 가장 낮고, 연극연출가(1860만원)·육아 도우미(1902만원)·보조교사(2022만원) 다음으로 수입이 적습니다. 평균소득이 가장 높은 이비인후과 의사(1억3934만원)와 비교하면 약 7분의 1 수준이죠. 가사 도우미로 7년 일해야 이비인후과 의사의 1년 수입을 벌 수 있는 셈입니다.

근무환경도 고용주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가사 도우미는 중년 여성 비율이 높은데요, 고용주에게 폭언을 듣거나 성희롱·성추행 등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고용주의 갑질을 참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기도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법정까지 가는 일도 생깁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사건만 봐도 가사 도우미가 겪는 고충을 짐작해볼 수 있죠. 근무자가 겪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임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라 근속기간도 짧고, 만족도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가사 도우미에 이어 만족도가 두 번째로 낮은 직업은 일반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주방 보조원이었습니다. 3~5위는 주차 관리·안내원, 섬유 제조기계 조작원, 건물 도장공입니다. 만족도 최하위 30개 직업 중에서는 건물 도장공, 철근공, 건설·채굴 단순 종사원, 하역·적재 종사원, 경량철골공, 콘크리트공 등 건설 현장직이 많았습니다. 경비원(건물 관리원) 직업 만족도는 밑에서 17번째였습니다. 주로 사람을 대하거나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군일수록 직업 만족도가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이 늘면서 떼돈을 번다는 직업이 있는데요, 바로 배달기사입니다. 배달 수요가 늘고 배달비까지 증가하면서 억대 연봉을 버는 음식 배달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는 극히 소수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목숨을 걸고 서울 시내를 달려야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는 것이지, 나머지 보통의 배달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음식 배달원의 직업 만족도는 아래에서 10번째였습니다. 음식 배달원도 가사 도우미처럼 고객들에게 갑질 당하는 사례가 많고, 짧은 시간에 음식을 배달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거나 육체적 피로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위. 가사 도우미

2위. 주방 보조원(일반 음식점)

3위. 주차 관리·안내원

4위. 섬유 제조기계 조작원(방적, 방사, 연사, 합사, 권사기 등)

5위. 건물 도장공

6위. 택시 운전원

7위. 재봉사(의류·직물)

8위. 고무·플라스틱 제품 조립원

9위. 홀서빙원

10위. 음식 배달원

11위. 계산원 및 매표원

12위. 인쇄기계 조작원

13위. 패스트푸드 준비원

14위. 철근공

15위. 일반기계조립원

16위. 건설·채굴 단순 종사원

17위. 경비원(건물 관리원)

18위. 채소·특용작물 재배원

19위. 양식원

20위. 조적원

21위. 종이제품 생산기계 조작원

22위. 오락시설 서비스원

23위. 선박조립원

24위. 하역·적재 종사원

25위. 경량철골공(석고보드공, 텍스공, 조립주택 건립원)

26위. 검표원

27위. 과실·채소 기계 조작원

28위. 육아 도우미(베이비시터)

29위. 콘크리트공

30위. 직조기 및 편직기 조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