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입사문 좁아지고 퇴사문 넓어졌다

  • 글 jobsN 강정미

    입력 : 2021.06.17 23:10


    신입은 정기 채용 대신 수시, 경력 위주
    디지털 인력 선호 현상 뚜렷해져
    희망퇴직은 40대로 확대 구조 개편

    문과생 취업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던 은행권마저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매년 시행하던 대규모 정기 채용을 소규모 수시 채용으로 바꾼데다 뽑더라도 인문·경상 계열 위주 신입 행원 대신 IT·비금융(디자인, 마케팅, 데이터분석) 계열 경력직만 채용하고 있어서다. 어렵게 은행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정년을 채우기도 어려워졌다. 최근 3년간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직원 수만 1만 명이 넘는다. 희망퇴직 연령대도 40대로 젊어지는 추세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신규 채용은 IT·디지털 분야 한정 
    국민은행은 6월17일까지 IT·데이터부문 신입사원과 경력 3년 이상 공인회계사,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영관리 전문가를 뽑는다. 채용인원 200명 가운데 170명이 IT와 데이터 부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우리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본사. /각사 홈페이지 캡처
    우리은행은 지난달 KAIST 디지털금융 MBA까지 지원해주는 디지털 IT인재 채용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IT·디지털 인력을 예년보다 두배 이상 늘려 뽑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ICT 분야에 한정해 채용을 진행했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올초부터 IT 부문 인력을 수시 채용 중이다. 시중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공채로 340명을 채용한 농협은행은 전 모집 분야에서 공학자연계열 석사 이상 학위 보유자를 우대했다. 일반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분석기사·데이터분석전문가·SQL전문가 등 디지털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줬다.

    매년 대규모 정기 공채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던 은행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시중 은행들은 매해 2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을 진행해왔다. 2019년 한 해에만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30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채용 인원은 16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문인력을 따로 뽑거나 채용 우대사항에 지원분야 경력 보유자 항목을 명시하면서 앞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문과생들의 은행권 채용문이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도 예년처럼 대규모 일반 공채를 진행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은행이 대면 영업 비중과 점포를 축소하면서 대규모 신입 채용 대신 디지털 분야 수시, 경력 채용으로 돌아서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에서 은행원을 역할을 맡은 한지민. /tvN ‘아는 와이프’ 캡처
    은행의 채용 방식이 달라진 건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은행 점포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7년 3858곳이던 시중은행 점포 수는 2018년 3834곳, 2019년 3784곳, 지난해 3545곳으로 줄었다.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 점포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발달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는 경우가 급감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점포 축소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처럼 점포 없이 인터넷으로만 거래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도 영향을 미쳤다. 오는 9월에는 세번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문을 연다. 이미 은행 입장에선 대면 영업 비중을 줄이고 있고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이 최대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인력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40대 자발적 희망퇴직 늘어
    은행권에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대 시중 은행에서만 약 2500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KB국민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이 약 80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자 462명의 1.7배 수준이다. 우리은행에서도 올해 초 468명이 짐을 쌌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220명이 희망퇴직한 데 이어 6월 14일까지 이례적으로 올해 두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과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또 한 번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희망퇴직 허용 연령도 앞당겨지는 추세다. 통상 희망퇴직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50대 직원들을 위한 제도로 여겨졌다. 요즘은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40대도 희망퇴직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신청 가능 연령을 올해 1965∼1973년생으로 조정했다. 1970년대 출생한 만 48, 49세들이 희망퇴직 대상이 된 것이다. 하나은행도 만 40세 이상 중 15년 이상 근속자를 위한 준정년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한다. 

    은행권 퇴직자는 늘어나고 연령대는 40대까지 젊어지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에는 경기가 좋을 때 대거 입사한 1960, 1970년대생 직원이 많다. 차장, 부장급 인력 적체가 극심하다보니 부지점장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 은행원 업무를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영역이 늘어나면서 은행에서 할 일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없다면 퇴직 조건이 좋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은행을 떠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은행원이 늘어난 이유다. 시중 은행들은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과 전직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핀테크·빅테크로 이직도
    은행을 떠나 핀테크 기업으로 옮기는 은행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핀테크(Fin Tech)는 I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의 간편결제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간편 송금 서비스가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의 인터넷전문은행도 해당한다. 빅테크(Big Tech)는 대형정보기술 기업을 뜻하는 말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핵심으로 금융 시장 등에 진출한 기업이다. 핀테크 업체 토스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최근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은행 종사자의 지원이 늘었다”며 “이미 틀이 짜여 있는 은행과 달리 모든 업무를 주체적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핀테크 대표 간편 결제 업체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는 9월 출범을 준비 중인 토스뱅크는 ‘기존 연봉의 1.5배’를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에도 신용평가,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30대 은행 직원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을 떠나 빅테크, 핀테크로 향하는 젊은 인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은 이미 디지털 중심 생태계로의 재편을 위해서 인력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빅테크, 핀테크는 전문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는 기존 금융사와 달리 정해진 연봉 체계가 없다. 호봉제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에 따라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코어뱅킹’ 등 핵심 업무를 다룰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코어뱅킹은 금융회사의 모든 정보 흐름을 주관하는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말한다. 일반적인 금융사와 달리 영업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는 것도 강점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모든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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