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헬스장에서 치즈볼 먹방했더니 벌어진 일

  • 글 jobsN 고유선

    입력 : 2021.06.17 23:11


    “울지 마, 근손실나”, “숨쉬지 마, 근손실나” 근육을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우스개다. 수분으로 이뤄진 눈물을 흘리거나, 걷거나 숨을 쉬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근육이 줄어든다는 설(說) 때문에 생긴 유머지만 헬스인들은 사뭇 진지하다. 

    근육은 그들에게는 잃어서는 안 될, 성스러운 무엇이다. 그러므로 근육을 키우는 헬스장은 그 어떤 곳보다 신성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은 죄악이다. 단백질, 식이섬유가 풍부한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두고 근성장에 도움은커녕 해만 끼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금기를 깬 사람이 있다. 헬스장 ‘힙업공장’의 관장이자, 헬스 유튜버인 ‘핏블리(본명 문석기, 30)’다. 핏블리는 코로나로 헬스장의 문을 열 수 없게 되자 그곳에서 운동법을 알려주는 대신 치킨과 치즈볼을 먹으며 구독자와 소통했다. 처음에는 그도 주저했다. 그가 흰밥대신 함께 준비한 현미밥은 그의 마지막 양심이었다.

    왼쪽부터 치즈볼을 처음 먹고 난 후,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핏블리./ 왼쪽부터 핏블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KBS ‘무엇이든 물어보살’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당시 유행하던 치즈볼을 처음 먹어본 그는 그 농후하고 고소한 맛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6년 동안 철저하게 하루 네 끼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으며 식이를 관리했던 그였기에 그가 세속의 맛에 감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그렇게 그는 먹방으로 유명세를 탔고 BJ치즈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체중이 불어난 핏블리./ 왼쪽부터 핏블리 제공, 핏블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배달 음식의 맛에 푹 빠진 그는 단기간에 체중이 83kg에서 103kg까지 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헬스장 회원들이 왜 이렇게 살 빼기를 어려워하는지 절감했다는 그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로 문 닫은 헬스장, 인테리어 사기까지 당해…치즈볼로 재기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전국의 헬스장들은 문을 닫았다. 마침 힙업공장 부천점이 회원 맞을 준비를 끝낸 참이었다. 결국 부천점은 오픈도 못하고 문을 닫았다. 당시 운영하던 힙업공장 네 곳의 임대료는 월 4000만원이었다. 설상가상 인테리어 사기까지 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겼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혼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불가항력으로 제 목표가 무너지는 걸 보며 좌절의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어요. 더 힘든 일도 이겨냈기에 방법을 찾으려고 했죠.”

    치즈볼 먹방./ 핏블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처음에는 운동 QnA(질문, 답변)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방송을 켰어요. 그러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라면과 맥주를 먹었는데 구독자들이 치킨과 치즈볼을 추천하더고요. 그렇게 치즈볼을 처음 먹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치즈볼을 처음 먹어보는 절 보고 놀라는 구독자들을 보고 또 놀랐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치즈볼을 드셔봤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죠.”

    치즈 떡볶이 먹방./ 핏블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핏블리의 치즈볼 먹방은 조회수 247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가 떡볶이와 핫도그를 먹는 영상도 총 1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코로나 시기 어려워진 헬스장 운영자들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낸 그의 먹방은 TV뉴스로까지 다뤄졌다.

    ◇헬스장 폐업 후 운동기구 팔아 기부…”배고픔 설움 잘 알아”

    먹방 인기로 유튜브 운영 수입이 늘어났다. 본인도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그는 이 수입을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했다. 외롭고 배고픈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로 힙업공장 역곡점의 문을 닫으면서도 운동기구 판매금을 결식아동 등에게 기부했다.
    그는 20대 초반 트레이닝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40개국을 돌며 다양한 체형에 맞춘 트레이닝 방법, 영양학 등을 공부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사실에 행복했지만 지독한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은 그를 늘 따라다녔다.

    “외국에서 혼자 생활할 땐 돈이 없어 가장 싼 식재료인 감자로 끼니를 해결했어요.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룸메이트들이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을 땐 일부러 배가 부르다고 했어요. 룸메이트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몰래 먹기도 하고요. 정말 먹는 것에 대한 서러움이 컸어요. 

    한국에 들어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아동들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폐업할 때도 나보다 더 절실한 친구들을 위해 이 돈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었어요. 전 운동 지식이 있으니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결식아동들은 지금 당장 배가 고픈, 생존과 직결된 상황이었잖아요.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기부했습니다.”

    ◇공부와 거리 먼 ‘꼴찌’…제대로 운동 배우고 싶어 유학

    핏블리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학창시절 성적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반에서 꼴찌를 하기도 했다. 대학교 전공도 성적에 맞춰갔다. 운동보다는 책과 문학이 좋았다.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집 근처 헬스장 아르바이트가 그의 삶을 뒤바꿨다.

    핏블리./ 핏블리 제공
    “돈을 받고 회원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데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공부와 운동을 시작했어요. 전공 서적을 찾아 읽는 건 물론 스포츠 영양학과 생리학, 심지어 원자와 화학까지 파고들었어요. 공부를 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니 몸이 좋아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운동도 더 재미있더라고요. 큰 헬스장에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 찾아갔지만 현실은 전문지식보다는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아는 게 더 중요했고, 근로조건조차 보장받을 수 없더라고요. 회의감을 느껴 외국에 나가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외국으로 떠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스포츠 관련 연구자료 대부분이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면 조금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떠났어요. 영어는 학창시절 10점짜리 성적표까지 받아봤을 정도로 싫어했는데 공부 방식을 바꾸고 나선 원어민과 원활하게 소통할 정도로 실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제가 택한 공부법은 무조건적인 암기 대신 단어의 어원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방식이었어요.”

    핏블리./ 핏블리 제공
    -외국 트레이닝 시스템은 어땠나요?

    “막상 캐나다에 가니 한국이 더 PT(개인 트레이닝) 문화가 대중화돼 있더라고요. 외국은 유튜브를 참고하거나 각자의 방식대로 운동을 하더라고요. 특히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일 수록 주변을 그냥 달리는 것이 보편적인 운동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피트니스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죠. 이 과정에서 미국 공인 퍼스널트레이너 자격(NSCA-CPT) 등을 취득했고 체형에 따라 또는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운동을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습니다.”

    -타지 생활이 외로웠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혼자라는 것이었어요. 혼자 나갔고, 부모님과의 관계 또한 좋지 않았기에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없었어요. 이전까진 제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때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외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행복했던 점도 있어요.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하면서 창의적인 생각과 오픈 마인드를 가지게 됐고, 웅장한 자연을 보며 겸손함을 배웠거든요. 세계 여행을 하며 자아를 정립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소득이었던 것 같아요.”

    ◇출판사 제의로 1년동안 운동, 스포츠 영양학 책 집필하기도

    핏블리는 최근 도서 ‘핏블리의 헬스 다이어트 전략집’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그가 헬스장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단백질 보충제를 꼭 먹어야 하는지, 공복 운동이 좋은 것인지, 살 안 찌는 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포함해 각종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을 담았다.

    핏블리./ 핏블리 제공
    -책은 어떻게 쓰게 된건가요?

    “1년 전쯤부터 출판사 제의를 받고 쓰기 시작했어요. 전공자가 아닌 사람은 운동 생리학과 영양학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도 없고 전공서를 봐도 이해가 어렵거든요. 많은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서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유튜브에 올린 시각적 자료들과 설명을 보고, 책을 활용해 보충한다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어렵고 재미없는 생리학과 운동역학, 영양학을 일반인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을 집필할 예정이에요. 좀 더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연구팀도 꾸렸어요. 구체적으로 1년 뒤 헬스장 가기 전 꼭 봐야할 핏블리 전집을 내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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