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재워주는' 기술로 150억 가치 인정받은 20대

  • 글 jobsN 임헌진

    입력 : 2021.06.10 18:36


    할 일이 많아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적은 시간을 자도 잘 자고 싶었다. 질 좋은 수면에 관심이 생겼다. 기술로서 수면 장애·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창업에 나섰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에이슬립’의 이동헌(27)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이슬립’의 이동헌 대표. /jobsN
    카이스트 AI 분야 석사 과정을 밟은 이동헌 대표는 학창 시절 때부터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문제가 생기면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대학 시절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죠. 임금 100만원을 받지 못해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법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변호사를 알아봤어요. 상담 비용 50만원, 수임 비용은 150만원이 훌쩍 넘더라고요. 100만원을 받으려고 2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조리한 일을 당해 법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비용 부담이 크다는 걸 알았어요. 이를 직접 해결하고 싶어 직접 창업에 나섰습니다.

    대형 로펌 소속이거나 이름이 알려진 경우가 아니라면 의뢰인을 찾기 힘든 변호사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2016년 원격으로 법적 조언을 받는 온라인 변호사 중개 플랫폼을 창업했습니다.

    변호사 선임에 입찰방식을 도입했어요. 의뢰인이 사건 내용을 올리면 변호사들이 입찰합니다. 입찰제안서에는 수임료, 사건 분석, 최근 5년간의 승소사례, 실적 등을 적게 했어요. 의뢰인은 제안서를 보고 변호사의 역량과 수임료를 비교해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었죠. 

    그런데 사업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원격 자문과 관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어요. 플랫폼을 이용해 조언을 받았을 때 문제가 생길 경우 변호사, 의뢰인, 플랫폼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냐는 거였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어요. 제도나 규제, 관계자들의 입장 등을 생각하지 않고 패기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인 팀 드레이퍼가 세운 창업사관학교인 드레이퍼유니버시티. /채널A 방송 캡처
    이후 이동헌 대표는 창업에 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인 팀 드레이퍼가 세운 창업사관학교인 드레이퍼유니버시티(Draper University)에 들어갔다. 팀 드레이퍼는 테슬라, 스카이프, 핫메일 등에 투자해 성공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다. 드레이퍼유니버시에서는 유명 벤처캐피탈(VC) 출신 등의 전문가로 꾸려진 교수진으로부터 ‘스타트업 부트캠프(Bootcamp)’라는 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 그곳에서 만난 멘토가 세운 회사의 초기 멤버로 들어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였다. 주에서 운영하는 공공 체육관 중 방치되고 있는 체육관을 일반인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체육관을 대여하려면 큰 비용이 들어요. 그래서 일반인들은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싶어도 비싸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면 정부가 지어놓고 방치하는 공공 체육관이 많았어요. 대여비가 비싸서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고, 보수·유지하는 데에 많은 돈이 들어 정부 입장에서는 골칫덩어리였죠.

    쓰지 않는 체육관을 우리가 관리해줄 테니 대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했어요. 그리고 체육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 싼 값에 빌려줬습니다. 좋은 시설에서 저렴하게 운동할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어요. 비싼 대여비 때문에 길거리 농구를 하던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기 시작한 거죠.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어요. 그러면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행력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는 멘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문제가 생기면 빨리 차선책을 찾아 대응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업무시간이 주 25시간으로 길지 않았어요.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성과관리 기법으로 회사가 먼저 목표를 정하면 부서와 직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정하는 쌍방향 방식)을 도입했었어요. 목표지향적으로 일하는 기업 문화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많은 걸 배웠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계를 느꼈어요.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대기업 등이 경쟁 시장에 들어오면 스타트업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기술을 활용한 아이템으로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공부를 하면서 또 한 번의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2018년 당시 전기차 리튬배터리 폭발 사고가 잦았다. 이동헌 대표는 인공지능(AI)으로 배터리의 남은 수명을 알아내는 기술로 창업에 나섰다. 당시 연구실 사수가 CEO였고, 이동헌 대표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최고기술경영자)를 맡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만 만들면 사업은 승승장구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배터리 폭발이라는 예민한 이슈를 배터리 회사에선 반기지 않았다. 배터리 폭발을 막는 데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었지만,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 이 기술을 들여오면 자사 배터리에 결함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었다. 생각보다 수요가 적어 결국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슬립테크에 관심이 생겨 '에이슬립'을 창업했다. /에이슬립
    이동헌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을 발판 삼아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평소 생활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평소 질 좋은 수면에 관심이 많았어요. 적은 시간을 자도 푹 잘 잤으면 했죠. 그러던 중 2020년 CES(세계가전전시회)에 방문했었어요. 그곳에서 슬립테크(Sleep-tech·수면에 기술을 결합한 산업)라는 영역을 처음 알았습니다. 수면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술로 수면장애나 수면 부족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수면은 많은 사람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요. 2016년 OECD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5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8시간 22분)보다 31분 적었어요. 미국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48분, 캐나다 8시간40분, 프랑스는 8시간33분과 비교하면 훨씬 적죠.

    수면장애는 수면의 질을 낮추고, 이는 낮 동안의 업무 능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수면 문제에 관한 대안책은 부족한 상황이에요. 슬립테크 산업이 급성장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 기술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사업 아이템을 정했고 2020년 6월 ‘에이슬립’을 창업했습니다.”

    비접촉식 기기로 개인의 수면을 측정·관리·분석한다. /에이슬립
    에이슬립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로 수면의 질을 분석해 수면 장애나 수면 부족 문제를 돕는 기업이다. 에이슬립은 착용할 필요가 없는 비접촉 디바이스로 개인의 수면을 측정한다. 와이파이 기술을 응용한 자체 기술로 수면 중 움직임, 호흡 등을 인지한다. 이 정보를 가지고 AI가 개인별 수면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후 수면 관리 앱에서 숙면을 위해 해야 하는 일 등을 알려주는 맞춤형 수면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자신의 수면 정보를 측정하고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으면 했어요. 수면은 매일 장시간에 걸쳐 이뤄집니다. 수면 정보를 측정하기 위해 장치를 착용하거나 침대에 기기를 설치하는 일 등은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와이파이 기술을 이용한 자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와이파이의 경우 통신기와 수신기만 있으면 비교적 정확하게 센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즉 스마트폰과 디바이스 하나만 있으면 수면 상태 측정이 가능합니다. RF(Radio Frequency·무선을 이용한 통신 방법) 센싱 기반 측정 기술로 수면 정보를 인지합니다. 이렇게 추출한 수면 데이터는 AI 수면 분석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개인에게 맞는 수면 코칭 솔루션을 수면 관리 앱에서 직접 제공합니다.”

    에이슬립은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 멤버로 이뤄져 있다. /에이슬립
    에이슬립은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 멤버로 이뤄져 있다. 수면 단계와 상태를 진단하는 인공지능 개발팀과 호흡, 심박 수, 움직임 등을 측정하는 사물인터넷팀의 기술력이 강점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작년 카카오벤처스-신한캐피탈로부터 시드투자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창업 1년 만에 기업 가치를 150억원으로 키웠고, 최근 17억5000만원의 추가 투자를 끌어냈다. 

    또한 작년 국내 인공지능 챌린지에서 400팀 중 음성 분야 1위, 한화생명 오픈이노베이션에서 최종 2팀에 뽑혔다. 지난 4월에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주최하는 파이토치 에코시스템 데이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헬스케어 부문 AI기업으로 선정됐다. 앞으로 페이스북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3월에는 통신사업자연합회(KOTA)와 KAIST가 공동 개최한 창업대회에서 헬스케어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올해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IFA 세계 3대 가전쇼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들어가는 ‘혁신관’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에이슬립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임상시험을 하면서 수면상태 측정·분석 기술의 정확도 데이터 검증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침구 회사, 보험 회사 등 수면 건강과 관련 있는 기업과 협업해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분당서울대학교 병원과 함께 수면 관련 의료기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우리는 수면으로 인생의 3분의 1을 보냅니다. 그만큼 잘 자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기술을 이용해 수면 장애나 문제를 겪는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수면 관련 의료기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수면 분야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슬립 테크 전문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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