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준다” 소식에도 기뻐하지 않은 쿠팡맨들, 왜?

  • 글 jobsN 송영조

    입력 : 2021.03.02 12:36


    일용직→3·9·12개월 계약직→무기계약직
    “1년 안에 퇴사하는 배송 직원 90% 넘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 중인 쿠팡이 최근 직원들에게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주기로 해 화제다.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는 2월15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쿠팡과 자회사에 다니는 배송직 쿠팡친구(옛 쿠팡맨), 물류센터 상시직과 레벨 1~3의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에 총 1000억원 규모 주식을 분배할 것”이라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쿠팡친구로 근무한다고 밝힌 그룹 ‘태사자’ 김형준. /M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쿠팡이 무상 배분하는 주식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다. RSU는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에 지급하는 주식이다. 쿠팡은 주식을 받은 날부터 1년 근무하면 주식의 절반을, 근속 2년을 채우면 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사측이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현장직 직원에게도 주식을 지급한다고 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을 칭찬하는 누리꾼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2년 이상 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친구나 물류센터 직원 등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가운데 실제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퇴사율과 계약 연장에 대한 장벽 때문이다. 쿠친은 입사 후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 근속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2014년 50명에 불과하던 쿠친은 1만500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 기회가 주어지기 전 회사를 떠난다. 조찬호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2020년 기자회견에서 “쿠팡맨 평균 퇴사율이 75%고, 1년을 채우기 전 퇴사하는 비율이 96%에 달한다”고 말했다. “1인당 하루 평균 296건에 달하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나간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인력 채용 구조. 2년의 계약직 기간을 세 번으로 쪼갰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유튜브 캡처
    물류센터는 채용 구조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다. 일용직으로 입사해 2년을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2년 동안 계약서를 3번 써야 한다. 첫 계약 기간은 3개월이다. 그 다음은 9개월, 마지막으로 12개월짜리 계약서를 쓴다. 일용직으로 입사해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회를 얻는 직원 비율은 높지 않다.

    2020년 5월 기준 쿠팡 부천물류센터 직원 3742명 가운데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은 98명(2.6%)이었다. 계약직은 936명(25%), 일용직 근로자가 2588명(70%)이었다. 이 센터에서 11개월 동안 계약직으로 일한 박모씨는 “매주 주말 쉬는 것을 보장받고 계약을 했는데, 관리자가 달라진 뒤 생각을 안 바꿀 것이라면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고 MBC에 말했다. 이처럼 ‘쪼개기 계약’으로 쉽게 직원을 내보낼 수 있는 탓에 현장에선 “근무 기간을 1·2년 채워야 주는 주식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받겠느냐”라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에서 2년 이상 일한 직원 비율은 18% 수준이라고 한다.

    쪼개기 계약이 불법이냐면 그건 아니다. 만 24개월까지는 사측에서 자유롭게 계약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계약 기간이 짧으면 근무태도가 불성실한 직원을 일찍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사측이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대부분의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체제 아래서 자유롭기 힘들다. 근무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다른 이유로 관리자 눈 밖에 났다가 재계약 대상자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방송에서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근황이 알려진 ‘신마적’ 최철호. /MBN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2020년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로자 5명이 사망하면서 “주식 배분 대신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5명 중 1명인 고(故) 장덕준씨는 2019년 6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칠곡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 작년 10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11월 유족은 장씨가 과로로 사망했다며 산재 신청을 했지만, 쿠팡 측은 업무 과중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월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장씨의 죽음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산재”라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말에 “물동량으로 볼 때 장씨가 일한 7층의 업무 강도는 낮은 편이었다”라고 답했다. 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한 직책이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장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쿠팡 측은 여전히 다른 사망자 4명에 대해서는 사망과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직원 이탈을 막으려고 조건을 달아 주식을 주는 게 아니냐”, “현장 직원들도 200만원 상당의 주식보다 근무 환경이 나아지기를 바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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