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었다 50억 대박난 ‘지용이 엄마’

  • 글 jobsN 김지민

    입력 : 2019.01.24 08:56

    아기띠 브랜드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김동현 사업운영 총괄
    육아 전념하다 티몬 창업가 출신 남편과 창업 아이템 발굴
    창업 1년 만에 매출 50억 원 달성...일본, 홍콩 이어 미국 진출
    “전 직원 재택 근무 가능한 환경 만드는게 꿈”

    ‘하자니 군장처럼 무겁고, 안 하자니 아이도 나도 힘들고…’

    아기띠를 착용해 봤다면 이런 토로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걸음마를 떼기 전 아이와 안전한 외출길에 나서기 위해선 아기띠 착용이 필수다. 코니바이에린 임이랑(34) 대표도 출산 후 아기띠를 접하게 됐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의 아기띠를 해도 편치 않았다. 완장 같은 디자인은 아이와 외출할 때마다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편안하면서도 스타일을 망치지 않는 아기띠는 정말 없을까’란 고민이 시작된 배경이다. 국내 최초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 설립 초기 멤버인 임 대표는 공동육아를 하던 남편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그의 남편은 티켓몬스터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김동현(34)씨다. 회사는 창업 1년 만에 매출액 50억 원을 달성했다.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 / jobsN

    ◇ 티몬에서 만나 일⋅사랑 ‘두 마리 토끼’ 잡은 부부

    임 대표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던 중 인턴으로 입사한 티켓몬스터에서 7년간 마케터로 일했다. 현장에서 마케팅을 업무를 해오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 무렵 출산을 하게 됐다. 카이스트 재학 중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남편은 자회사인 티몬플러스 매각을 마무리 짓고 거취를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앞으로 뭘 해야할까'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부부는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임) “스물일곱에 중간관리자가 됐어요. 기말 리포트를 쓰다가 갑자기 시험지 채점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주어진 일은 잘 할 수 있겠는데 관리자 역할을 잘 할 자신이 없었어요. 의미도 보람도 재미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런 고민들을 하던 차에 출산을 했고 회사를 나왔어요. 쉽진 않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뭔가를 찾아보자 생각했어요. 마침 회사를 그만두게 된 남편도 육아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일을 구상하기로 했고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기 전이었죠."

    남편과 육아를 하면서 여유 있게 사업 아이템을 찾을 것이란 다짐은 허상에 가까웠다. 수유를 하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일이 많아지자 원래 갖고 있던 목 디스크 증상이 악화됐다. 아이와 외출할 때마다 아기띠를 메는 것은 고역에 가까웠다. 수많은 브랜드의 아기띠 브랜드를 해봐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내가 직접 만들어 볼까’란 마음을 먹은 계기다. 회사를 그만둔지 5개월쯤 됐을 때다.

    (임) “제일 먼저 한 일은 5개월 된 아이를 안고 동대문 시장을 간 것이었어요. 통상 제품을 만들 때 디자인을 하고 원단을 고르고 하는 등의 순서가 있겠지만 저는 그런 과정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완전한 소비자 입장에서 일을 추진했어요. 원단 고르는 것에서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두 혼자 다 했어요. 원단이나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하나씩 만져보며 골랐죠. 괜찮겠다 싶은 원단 10개를 추려서 생각했던 디자인을 그림으로 그려서 모두 샘플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어요. 보통 샘플은 한 두개 정도 만드는데 10개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그쪽에서 놀라더라고요. 샘플이 나오고 우리 아이를 직접 아기띠에 넣어 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했어요. 그리고 소비자로서 제가 사용했을 때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서 500개 정도만 일단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코니바이에린 제공

    ◇ 대체할 수 없는 제품으로 승부…자사몰 판매 고집하는 것은 소비자 목소리 때문

    어림잡아 두 달 정도 팔 생각을 하고 만든 아기띠 500개는 2주 만에 동이 났다. 인스타그램을 타고 입소문이 났다. 어떤 옷과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과 가벼움은 육아맘들의 구미를 당겼다. 안전 우려도 불식시켰다. 코니 아기띠는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부터 어린이 제품 안전인증확인, 국제고관절이형성협회로부터 ‘건강한 고관절 발달을 돕는 아기띠’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코니아기띠 가격은 5만~6만원대다. 10만~20만 원대 하는 타사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모방한 제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임) “우리 아기띠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이 외국에도 있긴 해요. 하지만 너무 길거나 거추장스러워서 사용하는 데 불편했고 색상도 다양하지 않았죠. 어떤 제품은 착용하면 완전군장같은 느낌마저 들었어요. 어떤 장소에 하고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내 옷 같은 아기띠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성은 출산을 하고 나면 체형 변화가 오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내가 했을 때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남편의 조력도 컸다. 창업 경험이 있는 남편은 아기띠를 사업 아이템으로 확정한 뒤 법인화 하는 전 과정을 담당했다. 창업 1년만인 2018년 12월 기준 연간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했다. 애초 기대했던 것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이었다. 창업 후 월별 매출은 전월 대비 20~30%씩 늘고 있다. 해외에도 입소문이 났다. 일본, 홍콩 등 해외 매출 증가폭이 국내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코니바이에린은 다양한 유통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자사 쇼핑몰 판매를 고수한다.

    김동현 코니바이에린 사업운영 총괄. / jobsN

    (김)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호주에서도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 해외에서 우리나라 육아용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쇼핑몰은 한국어, 일본어, 영어, 인도네시아어로 세팅했고요. 그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통채널 한 곳을 통해 판매할 생각입니다. 자사몰 판매 원칙을 갖고 갈 겁니다. 가급적 많은 유통 채널을 끼고 제품을 팔면 빨리 많이 팔 수 있지만 소비자 목소리를 듣는 게 한계가 있어요. 티몬 창업하면서 얻은 교훈이죠. 소비자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방침입니다.”

    시중에 나온 아기띠 제품만 수십 가지다. 질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임) “티몬에서 일하면서 주 고객층이 육아맘이고 이들이 뭐를 사는지를 알고 있긴 했지만 실제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경험은 또 달랐어요. 한마디로 제품은 많은데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자인적인 요소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면서 막연하게 이용자의 요구를 만족스럽게 담은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지금 '이것 아니면 안돼'하는 제품이요."

    (김) “처음부터 시장을 보고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하게 된 사업이죠.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있었다면 사업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시중에 나온 어떤 제품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국 시장에서 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요.”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와 김동현 사업운영 총괄(사진 왼쪽부터). / jobsN

    ◇ 재택근무 가능한 이유는 “전 직원이 프로”

    임 대표 명함에는 자택 주소가 적혀 있다. 재택근무를 한다는 얘기다. 이름 밑에 ‘지용이 엄마’라는 한 줄이 더 붙었다. 11명의 직원들 명함도 비슷하다. 모두 재택을 하고 명함 아래 아이 이름을 더했다. 심지어 해외에서 재택을 하는 직원도 있다. 직원들은 사전에 고지만 하면 눈치 보지 않고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임 대표는 일과 육아를 함께 하면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전 직원의 재택근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전제는 직원들이 ‘프로’여야 한다는 점이에요. 자신의 업무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혼자서도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달 정도 적응 기간을 드립니다. 저도 느낀 것인데 쉬다가 일하려면 한 달 정도는 버벅댈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 감 떨어진 것 같다’고 느낄 즈음 면담을 하면서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것이 우리 회사 방침이에요.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원들이 사는 곳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서 해요. 회사만 다니든지, 아이를 돌보든지 둘 중 하나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대안 근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선택지가 하나 더 느는 것이죠.”

    (김) “고객만족(CS)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직원은 넥슨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베테랑인데  육아 문제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경우에 속했어요. 지금 그분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단지 우리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이 회사를 운영할 생각은 없어요. 더 빨리 성장해서 해외에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근무 환경을 잘 가꿔나가는 일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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