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500원 주고 산 병아리·햄스터는 치료할 생각을 안하죠?”

“옛날엔 학교 앞에서 병아리, 햄스터를 500원, 1000원에 팔았잖아요. 사서 키우다 죽으면 버리고, 또 사고. 치료는 잘 생각 안 하죠. 이들도 강아지와 같은 생명인데…. 여전히 특수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은 적어요. 그중 파충류는 가장 적죠. 이런 동물들도 치료는 동등하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특수동물 진료를 배웠습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파충류를 기르는 사람은 약 10만명이다. 파충류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파충류를 치료하는 병원은 찾기 힘들다. 김용석(36) 어울림 동물병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좀 특별한 ‘특수동물’ 수의사다. 도마뱀·거북이 등 파충류를 포함해 햄스터, 새 같은 ‘특수동물’을 치료하고 수술한다. 수의사 경력은 7년차다. 3년 전인 2015년 11월30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어울림 동물병원을 개업했다.

-어떤 동물을 특수동물이라고 부르나.

“보통 개나 고양이, 가축을 제외한 흔히 기르지 않는 동물을 뜻한다. ‘특수동물’은 공식적인 의학·생물학 용어는 아니다. ‘Exotic Animal Formulary’라는 책이 있다. 도마뱀, 새, 고슴도치 등 동물 치료에 관한 책인데, 여기서 ‘Exotic Animal’을 ‘특수동물’로 번역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편의상 쓰지만 ‘특수동물’도 그냥 ‘동물’이라 불렀으면 좋겠다. 도마뱀이나 강아지나 동등한 가치를 지닌 생명인데 굳이 ‘특수’자를 붙일 필요 없지 않은가.”

-특수동물 수의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일반적인 대학교 수의학과에 진학해 의료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파충류 등 특수동물 진료·수술에 대한 지식을 익히면 된다. 대학교에서 특수동물 진료에 대한 강의가 늘고 있지만, 아직 대동물(가축)이나 개·고양이 의학을 주로 가르친다. 따로 특수동물의 생리 등을 다룬 책을 보며 공부해야 한다. 외국 서적도 많아 접하긴 어렵지 않다.

이후 실제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습이 중요하다. 수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첫 3년 정도는 배우면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특수동물 수술 케이스(case)가 많은 병원에 찾아가 실무를 경험하면 특수동물의 특성을 잘 익힐 수 있다.”

수의대는 총 6년 과정이다. 1~2학년을 예과라고 하고 3~6학년을 본과라고 한다. 즉 본과 4학년은 대학교 6학년에 해당한다. 예과에서는 기초학문(화학·생물 등)을 배우고 본과에서 본격적으로 해부학 등 수의학을 배운다.

-파충류 치료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가.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본과 4학년 때 파충류 생리에 관한 8시간짜리 특강을 듣고 나서부터다. 흔치 않은 동물을 치료하는 것도 보람차고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심을 갖고 보니 이런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정말 드물다는 것을 발견했다. ‘덜 대중적인 동물들도 아프면 치료는 받아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좀 더 깊게 특수동물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의사의 꿈 자체는 고3 때 강아지를 키우면서 생겼다.”

“당시 우리학교엔 저런 특강 말고는 파충류 등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과목이 없었다. 특강에서도 파충류 등의 ‘생리’ 정도만 배울 수 있었다. 나도 파충류 치료·수술 방법은 책을 사서 스스로 공부했다.”

-어떤 과정으로 실무를 거쳤나.

“ 2012~2015년 ‘아크리스 동물병원’에서 일했다. 파충류 치료로 방송에 많이 나오신 박천식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님께서 원장으로 계신다. 개나 고양이보다 도마뱀이나 거북이 등이 더 많이 오는 병원이었다. 20년 넘게 파충류를 다루신 원장님께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인턴생활 1년을 마치고 정식 의사로 약 3년 동안 근무했다. 진료는 인턴 3~4개월차부터 봤다. 처음에는 선배 수의사들의 진료를 어깨너머 보고 관련 지식을 따로 찾아 익혔다. 주사 놓기와 피 뽑기 등 기본적인 것부터 어려운 수술까지 직접 하며 배웠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혼자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파충류가 자주 걸리는 병은 무엇인가.

“대부분 습도나 온도 등 환경을 잘못 제공해줘서 병에 걸린다. 탈수증이 가장 많다. 탈수에 걸리면 단백질 대사 산물 배설에 장애가 생긴다. 몸 밖으로 나오지 않은 대사 산물은 몸 안에 돌로 남는다. 또 습도나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감기, 폐렴, 장염, 기생충 등에 노출되기 쉽다. 먹이로 주는 곤충이 도마뱀을 물어 상처를 입기도 한다.”

-파충류 병원은 전국에 얼마나 있을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수준으로 파충류 등을 진료하고 수술하는 동물병원은 전국에 10곳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엔 우리 병원까지 육지 거북 진료를 위해 남양주에서 오신 분도 계셨다. 인터넷을 통해 특수동물 병원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멀어서 방문하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2018년 11월15일 기준 ‘네이버’ 검색창에 ‘파충류 동물병원’을 검색하면 파워링크에 7개의 동물병원이 나온다. ‘특수동물병원’으로 검색하면 18건이 뜬다. 10개는 서울에, 8개는 경기도에 있다.

“특수동물 의료 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파충류 커뮤니티를 보면 애호가 분들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비용이 비싸도 치료하고자 한다. 파충류 반려 문화와 인식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에 맞춰 앞으로 치료할 곳도 더 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통 파충류 치료비는 얼마나 하는가.

“진료비는 개 고양이와 비슷하다.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 병원 같은 경우 진료 보고 약 짓는 데 5만원 전후로 든다. 골절 치료나 종양(필요없는 세포가 커지는 것), 농포(염증·고름)를 제거하는 수술 등은 20~30만원 정도다.”

입원 비용은 하루에 약 5만원이다. 하루 7~8만원 선인 강아지 입원비보다 약간 싸다. 사실 파충류가 개·고양이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간다. 입원하는 동안 UV(자외선)램프를 통해 일광욕이나 목욕을 시켜주는 것은 물론 온도와 습도도 조절해줘야 한다.”

-파충류 치료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

“파충류는 마취할 때 포유류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체온이 너무 내려가면 호흡과 신진대사가 감소한다. 깨는 데 오래 걸리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또 거북이는 배가 단단하고 두껍기 때문에 배를 가르고 봉합하는 수술이 상당히 어렵다. 나 또한 이런 수술을 하려면 더 배워야 한다.

혈액검사 또한 힘들다. 혈액검사를 하려면 혈액이 최소 0.2~0.3ml 필요한데, 그만큼 빼면 100g미만의 파충류는 빈혈에 걸릴 수도 있다. 혈관이 주사 바늘보다 얇은 파충류도 있고 작은 거북이의 경우 혈관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한 번은 다른 병원 3~4곳에서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도마뱀의 머리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했다. 주인이 ‘여기서도 안 되면 안락사 시키자’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현재 회복중인 도마뱀은 건강을 되찾았고 밥도 잘 먹는다. 뿌듯한 기억이다.”

-파충류를 기르기 전 주의해야 할 점은.

“파충류는 병의 악화와 회복이 모두 느리다. 꾸준한 관심 없이는 병을 눈치 채기 어렵다. 거식증·설사·체중감소가 병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다. 작은 도마뱀은 몸무게가 그램(g) 단위로 빠지기 때문에 저울로 재 봐야 변화를 알 수 있다. 파충류는 밥을 안 먹어도 2달 정도는 산다. 주인 입장에서는 상태가 괜찮다고 착각하기 쉽다.

파충류의 발병은 대부분 잘못된 사육 환경 때문이다. 파충류 대부분이 원래 한국과 기후가 다른 지역에 산다. 사육 전에 기르고자 하는 종에 알맞는 조건이 뭔지 꼭 공부해야 한다. 최근 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 파충류를 진열해놓고 판다. 관련 지식을 채 갖추지 않은 소비자 분들이 덜컥 사버리기 쉽다. 사육을 결심하기 전에 사육 조건을 갖추고 관심을 줄 수 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못하는 수술도 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을 것이다. 최근에는 대학교에도 특수동물 관련 강의, 특강이 많아지는 추세다. 언젠가는 특수동물도 보통 반려동물과 같은 수준으로 진료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