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보험왕 6차례 달성한 '보험아줌마'의 롱런 비결 4가지

현대해상 남상분씨, 보험왕만 6회 
1년 매출 55억원 이제는 억대 연봉
보험 영업 그늘도 있어…유의점은? 

지난 4월 현대해상 보험왕이 된 보험설계사 남상분(57)씨. 1인 대리점을 운영하며 2016년 혼자 매출 55억원을 올렸다. 고객은 전국 6000명. 그의 실적은 국내 보험설계사 중 상위 1% 수준이다.

보험사 근무 33년 중 보험 영업만 23년을 했다. 영업 15년만에야 처음으로 보험왕이 됐다. 이후 한두 차례 빼고 매년 수상해 총 6차례 보험왕이 됐다. 보통 보험설계사는 매출의 3~5% 정도를 가져간다. 서류 처리를 돕는 직원 3명에게 월급을 주고 남씨가 받는 연봉은 최소 1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국내 보험설계사 40만명 모두가 고연봉은 아니다. 대부분 기본 급여에 계약을 맺은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보험설계사 평균연봉은 3000만~4000만원(금융감독원). 이·퇴직률도 높다. 새로 일을 시작한 보험설계사 열 명 중 여섯 명이 1년 사이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긴다(금융감독원).

남씨는 "30년간 아이들 키우고 부모님 용돈도 드릴 수 있으니 내게는 의사, 변호사보다도 자랑스러운 직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험의 원래 목적에 충실하다보니 돈이 따라 온 것"이라며 고연봉만 바라보고 보험업에 뛰어드는 것을 경계했다.

그도 보험왕이 되기 전 한 달에 한 건 실적 올리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하고 공부했다. 워킹맘으로 세 딸은 친정어머니 손에 맡겨야 했다.

① 품 많이 드는 자동차보험이 밑천 
남상분씨는 '똑순이'다. 6남매 중 다섯째로 "여자는 중학교 안 보낸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혼자 미인가중학교를 다녀 검정고시를 봤다. 천안여상 졸업 후 1984년 한국자동차보험에 입사했다. 각종 보험 계약 정보를 입력하고 출금·수납을 담당하는 총무 자리였다. 3년간 일하다보니 자동차보험 지식이 쌓였다. 보험 설계사 제도가 생기자 자격증을 따고 바로 지원했다.

"영업수당까지 합쳐 총무 월급의 1.5배 정도였어요. 돈 버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보람을 느낀 건 보험금을 받는 고객을 봤을 때입니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렸을 때 돈 걱정만이라도 덜 수 있게 해주는 게 기뻤습니다."

30년이 지났지만 남씨는 아직도 자동차보험을 판다. 자동차보험 고객만 3000명이다. 자동차보험은 보험 납입 금액이 적은 편이고 1년마다 갱신해야하는 상품이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잦은 편이라 보험금 지급도 신경써야 한다.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보험에 비해 품이 많이 들지만 건당 금액은 적어 매출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보험왕이 되고서도 자동차보험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고객을 만날 수 있잖아요.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요. 만나서 대화하다보면 고객을 도울 일이 생기고, 다른 보험 계약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② 영업은 인격을 파는 일이다
"누구나 보험설계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버티기 어렵습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영업은 인격을 파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인들에게 파는 건 몇 달이면 끝납니다."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1990년대 남씨는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 간식을 사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리점에 갔다. 자동차 영업사원과 친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자동차회사 체육대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한두 번 찾아가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자꾸 찾아가 보험을 팔지 않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줬다. 남씨는 스스로 "수더분하고 촌스러워 친근한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점점 새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남씨에게 소개해주는 자동차 영업사원이 늘었다.

또 다른 비결은 계약할 때 나왔다.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그는 자동차영업사원 소개로 자동차보험을 들러 온 고객에게 절대 장기보험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고객이 부담을 느낄 수 있거든요. 소개해 준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③ 실질적인 도움이 돼라
대신 '보험하면 남상분을 떠올리게 하겠다'라고 마음먹었다.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걸 찾았다. 선물이나 직접 쓴 편지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꼼꼼하고 빠른 일처리였다.

매출이 조금씩 늘자 서류작업과 문의사항을 처리할 직원을 채용했다.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형편이었지만 투자라고 생각했다. 전담 직원을 두자 일처리가 빨라져, 자동차보험으로만 월 매출 1억원을 넘겼다. 만족한 고객들이 다른 보험도 문의하기 시작했다. 

틈이 날 때마다 보험 상품 약관을 달달 외웠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업데이트했다. 고객에게는 몇 시간씩 공들여 설명했다. "무조건 '나랑 친하니까 가입해달라'가 아니라 각 보험이 가진 혜택과 조건 등을 제대로 알려줬습니다. '남상분이가 하는 말은 믿을 수 있다'라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3년 전부터는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시작은 고객의 불편이었다. "들어둔 보험은 많은데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받는지 모르겠다" "자동차 수리 견적을 뽑아주는 믿을 만한 업체가 없다"….

그동안 맺은 인맥이 힘이 됐다. 화상 등 사고 종류, 장애등급 등에 따라 보험 혜택을 자세히 상담해주는 손해사정인, 자동차 수리를 담당할 공업사, 사고 시 치료해줄 병원을 섭외해 '남상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④ 늘 의리지키고 때로는 자존심 버려라
퇴·이직률이 높은 보험업계에서 남씨는 27년째 현대해상에서만 일해왔다. 앞으로도 현대해상에서 일하며 보험왕 10회 수상을 채우는 게 목표다.

그는1991년 자동차보험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현대해상 영업소장이 됐다. 본사 소속으로 연봉 5000만원에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이었다. 주로 영업조직과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당시 보증을 잘못 서 집을 날리고도 빚 1억원을 떠안은 상태였다. 어려운 시기 손 내밀어 준 회사가 고마웠다. 4년여 간 일하고 다시 보험 영업 직무로 돌아왔다. 직접 고객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업무를 하다오니 실적이 통 안 나왔다. 계약을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할 정도였다.

다시 영업 노하우를 몸에 익히기로 했다. 다른 영업소장 밑으로 들어갔다. 보험설계사를 교육하는 '육성장'이라는 직급이었다. 월급 7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영업소장으로 일하다 왔으니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꾹 참았다. 1년간 육성장으로 일하며 '영업 근육'을 다졌다. 친근함과 성실함을 발휘해 고객을 모았다. 전통시장 상인인 한 고객은 남씨를 믿고 지인 400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실적을 차근차근 쌓아 2008년 처음 보험왕이 됐다. 이후 지금까지 6차례 수상했다.

◇ 보험설계사 되는 방법과 주의점

남상분씨는 "보험설계사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영업에 대한 마음의 괴물을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물건 팔아본 경험 없어' '성격이 내성적이라 영업에 어울리지 않아'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에 나를 위해 준비된 직업은 없습니다. 대신 직업에 맞추다보면 답이 보입니다."

보험설계사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이직과 퇴직이 잦다보니 보험회사나 대리점에서 수시 모집한다. 보험설계사는 보통 보험회사 또는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이다.

두 곳 모두 보험설계사 등록 시험을 통과하면 바로 일할 수 있다. 손해·생명·제3·변액 등 보험 종류별로 매월 4~5차례 정도 시험을 칠 수 있다.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며 보험에 관한 기초지식, 보험모집관련 법규 및 실무, 보험약관 및 일반교양에 관한 내용이다.

보험사 광고모델로 TV홈쇼핑 등에서 보험을 판매한 배우 이순재, 김상중씨 등도 보험설계사 등록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통 기출 문제를 모아 일주일 정도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과목 신설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퇴직률이 높은 만큼 지원자들은 무조건 보험 영업에 뛰어들지말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① 매월 의무 실적이 있는 곳 ② 수당 체계가 불투명한 곳 ③ 억대연봉 등 달성하기 힘든 성과만 강조하는 곳은 피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