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2 16:22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22)씨는 '입대 재수'를 하느라 3학기째 휴학 중이다. 작년부터 육군 행정병과 최전방 수호병, 공군 등에 총 15번 입영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김씨는 "빨리 군복무를 마치고 취업에 전념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졌다"며 "언제 입대가 될지 막막한 상황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연간 5만명에 달하는 입영 적체로 청년과 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당정(黨政)이 '입영자 증원' 카드를 꺼냈다. 새누리당과 국방부는 27일 당정협의를 갖고 "2016년과 2017년에 입영자를 각각 1만명씩 총 2만명 늘리고, 산업기능요원도 4000명에서 6000명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병무청에는 '제발 군대 좀 보내달라'는 청년과 부모들의 민원이 한 달에 3만건씩 접수된다. '아들을 군대 안 보내주면 병무청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성 민원부터, '고등학교 출결 기록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입영 기준을 바꿔달라'는 읍소형까지 다양하다. 노량진 학원가에는 어학병 입영 희망자들을 위한 어학 강의가 등장하고, 대학가에는 선배들로부터 입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입영 스터디'도 나왔다.
병무청에 따르면 현재 입영을 희망하지만 군에 가지 못하는 청년들은 5만2000여 명이다. 지금 상태로라면 3년 뒤 입영 적체자가 10만명을 넘고, 7년 뒤인 2022년에는 21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입영 적체의 원인은 입영 연령대인 1991~1995년생 남자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부모로부터 태어나 다른 해 출생자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20세 남자는 38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또 청년 체감 실업률이 10.8%에 달할 정도로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군대부터 가고 보자'는 심리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 들어 9월까지 10만4000명 입영에 80만2000명이 지원해 입영 경쟁률은 7.7대 1까지 치솟았다.
이에 국방부는 올해 현역병 입영 대상인 중·고교 중퇴 및 중졸자를 보충역으로 전환하고, 과체중·저체중과 고혈압·아토피·근시 등 탈락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대책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학력 차별이다' '신체 조건을 지나치게 강화한 인권 침해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당정에서 고등학교 중퇴자 이하 보충역 가운데 지원자에 대해서는 군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입영 정원을 급격하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입영 정원이 증가하면 병영 시설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2021년 이후에는 20세 인구가 30만명 아래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며 "유휴시설이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입대자를 연간 1만명 이상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올해에도 입영 정원을 9300명 늘린 상황이다.
이날 당정에서 발표한 '2만명 증원' 조치가 시행돼도 내년에 3만3000명은 입영 기회를 얻지 못할 전망이다. 또 추가 입영자 2만명에 대해서는 시설 확장 없이 현재 수용 공간으로 충당할 예정이어서 병사들의 생활 환경이 다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